도쿄 출신 30대 미혼의 건축가 유리는 나기 마을을 찾아와, 40대 미혼의 여성 조각가 친구 요리코의 작품 모델이 되어 준다.
산 중턱 마을인 나기에는 자위대 훈련소와 현대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여러 해에 걸쳐 광활한 태양광 패널이 이곳 산림에 설치되었다. 어느 이른 봄, 도쿄 출신의 30대 건축가 유리가 휴가차 나기를 처음 방문한다. 유리는 며칠 동안 40대 조각가 친구 요리코 집에서 지내며 작품의 모델이 되어준다. 몇 년 전까지 유리는 요리코의 남동생과 부부였고 함께 포르투갈에서 건축가로 일하다가, 이혼 후에 홀로 도쿄로 돌아왔다. 낙농업을 하는 친척을 도와주고 미술 수업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요리코는 아름다우나 독신이라서 레즈비언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한다.
나기 버스 정류장에서 내린 유리는 중학생 케이타를 만나게 된다. 케이타의 친한 친구 하루키가 지난 여름 도쿄의 미술 수업에서 유리를 모델로 그린 그림을 보았기 때문에 케이타는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유리를 알아본다. 케이타와 하루키는 요리코 회화 수업의 학생이며, 학교를 거부하는 케이타는 매일 요리코의 집에서 그림을 그린다.
한편 유리는 하루키와 그의 아버지 요시히로를 요리코의 집에서 만난다. 케이타는 동성인 하루키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요시히로는 아들의 그림에서만 보았던 유리에게 아무도 모르는 사랑을 품고 있는데……
<나기 일지>는 처음으로 하나의 특정 장소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를 작업하게 된 작품이다.
7년 동안 ‘산의 그림자’로 알려진 지역에 위치한 나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자연의 리듬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자 그곳을 찾게 되는데, 나 자신이 갖고 있던 관계성과 해석을 쉽게 집어삼켜 버리는 그곳 환경은 대도시 도쿄의 가치들이 보잘것없음을 일깨운다.
이야기는 두 여성의 대화가 주를 이루는데, 특이하면서도 보편적인 나기라는 땅과 나누었던 나의 대화를 반영하려 한다. 땅에 뿌리 내린 채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며, 자유롭게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나기는 산기슭에 펼쳐진 고원에 위치한 실제 마을이다. 작은 마을이지만 나기현대미술관이 있으며, 인근에 자위대 훈련소가 있어서 일본 방위성은 나기의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또한 나기는 인구가 줄고 있으며, 여러 해에 걸쳐 산림에 대규모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었다. 이러한 풍경은 중앙집권적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요소가 집약된 농촌 마을의 보편적 모습이다. <나기 일지>는 후카다 코지 감독이 존경하는 에릭 로메르의 작품처럼 일지 형식으로 서술되며, 사회에 대한 예리한 시선을 던지는 작품이 될 것이다.
1980년 도쿄 출생인 후카다 코지는 일본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미학교에서 극영화 과정을 밟으며 영화연출을 시작했고 히라타 오리자 극단 세이넨단에 입단했다. 2016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심사위원상의 <하모니움>(2016), 2019 로카르노영화제 경쟁부문의 <옆얼굴>(2019), 2020 칸영화제에 초청된 <진심의 증거 극장판>(2020) 등을 연출했으며, 최신작 <러브 라이프>(2022)는 2022 베니스국제영화제 국제경쟁으로 상영되었다.
오사나이 데루타로는 파리에서 활동하는 일본 프로듀서, 프로그래머, 번역가이다. 로카르노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등 수많은 영화제에 초청된 <방콕 나이트>(도미타 가츠야, 2016)와 <전좌-후쿠시마의 승려>(도미타 가츠야, 2019)를 제작했다. 최신 제작작 <야마부키>(야마사키 쥬이치로, 2022)는 2022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타이거 경쟁부문에서 첫 상영되어 2022 칸영화제 ACID프로그램에 초청되었다. 데루타로는 2021년에 쉬르비방스에 입사했다.
쉬르비방스는 2010년에 창립한 프랑스 제작배급사로, 칸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로카르노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및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코펜하겐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비전뒤릴영화제와 같은 주요 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첫 상영된 영화들을 제작했다. 유럽영상산업기구와 유로독의 회원사이며, 또한 배급을 통해 페드로 코스타, 클레버 멘도사 필로, 아노차 수위차콘폰 등의 세계적인 영화감독을 프랑스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