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카자흐스탄 국경 인근의 계곡과 대평원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자신을 식물이라 생각하는 카자흐스탄 소년이 한족 소녀에게 바치는, 식물을 향한 향수 어린 러브 레터이다
중국 국경에 인접한 북신장의 카자흐스탄 지역에 살고 있는 외로운 카자흐스탄 소년 아르신은 계곡과 대평원에 서식하는 식물에 집착하며, 자신을 식물로 여기고 다른 식물들을 친구들이라 생각한다. 어느 날, 한족 소녀 메이유가 소년의 삶에 나타난다. 알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메이유는 미지의 수생 식물 같다. 아르신은 식물을 통해 유목민 가족에 대한 기억을 메이유에게 이야기하면서, 아련한 로맨스가 움트기 시작한다. 하지만 기저에 깔려 있던 긴장 상태가 이들의 삶을 전복시키며, 식물 세계에서 방황하던 좋은 나날들은 한낱 꿈속을 걸어 다닌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식물과 인간이 한데 엮여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판타지 같은 세상을 시공간성에 관련지어 연출하고 싶었다. 외할아버지, 삼촌, 사촌과 함께했던 유목 생활에 관한 카자흐스탄 소년의 기억은 영원의 삶에서 여러 단계를 거치며 되살아난다. 이러한 추억을 통해 소년과 소녀는 소통하게 되고, 식물은 두 사람의 관계에서 영혼의 역할을 한다.
카자흐스탄 소년의 마음 상태를 알려주는 단서로 날씨 변화를 이용해 시각적으로 접근하려 한다. 신장의 계곡과 대평원은 흐린 날조차도 밝다. 밝으면서도 애달픈 소년의 기억은 어둠 속에서도 무럭무럭 자라는 덩굴나무와도 같다.
최고의 데뷔작들을 살펴보면,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독특한 예술 형식과 설득력 있는 탄탄한 서사 구조가 서로 균형을 이루면서 연출자만의 독보적인 핵심을 전달한다. 성공적인 데뷔작은 자신감, 자유, 용기를 발산하는데, 이런 영화가 제작되기만 한다면 그 즉시 관객을 사로잡을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될 것이다.
징이 감독의 시나리오를 처음 읽자마자 익숙한 설렘을 느꼈다. 식물과 깊게 얽힌 향수 어린 러브스토리로, 외로운 카자흐스탄 소년의 여정을 지켜보며 카자흐스탄인들의 운명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감독은 매직 리얼리즘이 가미된 미장센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예술 방식으로 이야기를 소개하며, 인간과 다양한 식물계의 아름다운 인연을 연출하고자 한다.
징이는 1994년생의 신장 출신 감독으로 베이징영화학원을 졸업했다. 장편극데뷔 프로젝트 <화이트 하우스 보태니스트>(카자흐어)는 현재 제작준비단계에 있으며, <만리카>(2021/위구르어), <유 아 스틸 어 캄 브라이드>(2021/중국어), <벡>(2020/카자흐어), <버스 드라이버>(2019/시버어) 등 여러 단편영화의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현대 중국 소수 민족의 정신세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주로 한다.
샨주올롱은 중국 영화프로듀서로, 2015 로카르노영화제에 초청된 비간 감독의 데뷔작 <카일리 블루스>(비간, 2015)와 2018 칸영화제에 초청된 같은 감독의 두 번째 장편극영화 <지구 최후의 밤>(비간, 2018), 2023 베니스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대만 배우 출신 감독 리홍치의 데뷔작 <러브 이즈 어 건>(리홍치, 2023) 등을 제작했다. 2022 칸영화제 단편황금종려상을 받은 <물이 속삭인다>(진검영, 2022)의 총괄프로듀서를 맡았고, 현재 후반작업 중인 구샤오강의 두 번째 장편영화 <드웰링 바이 더 웨스트 레이크>(구샤오강)를 공동제작하고 있다.
치아이는 중국의 젊은 영화프로듀서로, 현재 후반 작업에 들어간 <더 프루트>(리동메이), 2023 베니스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선정작 <러브 이즈 어 건>(리홍치, 2023), 2023 베를린국제영화제 인카운터 선정작 <부재>(우랑, 2023), 2023 상하이국제영화제 선정작 <러브, 마이 웨이>(류빙, 2023) 등을 제작 및 공동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