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뇌에 빠진 두 사람은 이들에게 남은 유일한 연결고리가 허상의 언어임을 깨닫는데, 이 언어를 둘만의 비밀로 지킨다면 이 사랑을 봉인할 수 있게 된다.
몬수르는 금융 사기에 휘말려 방글라데시를 떠날 상황에 처한다. 튀르키예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튀르키예어를 빨리 익혀야 한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음침한 어학원에는 학원만큼이나 수상한 바샤르라는 강사가 파격적인 방식의 수업을 한다. 수업 첫날, 몬수르는 같은 반 학원생이 수라이야밖에 없음을 알게 된다. 처음 며칠간 수라이야는 냉담했지만, 곧 새로 배운 어휘로 대화를 나누며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수라이야는 시리아 북부에 잠입하기 위해 아무 말 없이 떠난 연인을 따라 튀르키예로 애타게 가고 싶어 한다. 학원 수업이 문법과 어휘가 복잡해지는 과정에 들어서면서, 몬수르는 수라이야에게 강한 이끌림을 느끼기 시작하고,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수라이야도 같은 감정이리라 생각한다. 어학 코스 중반 무렵, 학원 강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데, 더 어처구니없는 일은 이미 반 정도 배운 언어가 튀르키예어가 아니었고 그 괴짜 강사가 만들어 낸 언어였다는 사실이다. 몬수르는 튀르키예 일자리를 놓치게 되고 수라이야는 마침내 비자를 받는다. 이들 사이에는 아무도 모르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언어가 아직 남아있긴 하다. 수라이야는 이 언어를 완성하여 둘만의 언어로 사용하자고 몬수르를 설득한다. 수라이야는 몬수르를 에게해 근처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방글라데시를 떠난다.
사랑과 언어를 다루는 원작의 비범한 방식이 매우 흥미로웠고, 영화를 통해 이런 주제들을 늘 탐구해 보고 싶었다. 줄거리의 중심이 되는 창작 언어는 두 명의 주인공이 어딘가 떠나기 위해 존재하는 경유지로서의 도시를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길잡이 역할을 하는 주제로서 이주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데, 언어뿐만 아니라 우리가 참고하는 모든 기존 체계의 의미를 소멸시키는 신체적, 심리적 조건으로서 이를 조명하려 한다.
의미 없는 언어, 계속 머물 수 없는 도시, 불확실성을 전제로 한 연애, 바로 내가 하려는 영화의 핵심이다.
<수라이야>는 사회정치적 현실이 개인의 삶을 옥죄는 현대 방글라데시 등장인물들의 꿈, 위기, 투쟁, 동경을 다루고 있다. 절망, 부패, 희망, 강제적 혹은 자발적 이주의 모습을 통해 인생의 새로운 소속감을 찾는 문제를 탐구한다. 영화적 해석을 통해 이러한 주제들을 짚어보는 작업을 열정적으로 해 보고 싶었다.
로비울 알람 로비는 평범한 현실을 넘어선 꿈을 통해 시적 묘사가 더해진 일상적인 인물의 삶을 조명하여 개인의 분투와 희망을 표현해 낼 수 있는 감독으로, 함께 작업해 온 감독 중에서도 이런 기량을 가진 이는 드물다.
<수라이야>는 개발도상국을 살아가는 인간에 관한 복합적이고 현대적 해석에 관심 있는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세계적 규모의 다양한 관객들을 한데 모으는 작품이 되고자 한다.
로비울 알람 로비는 다양한 플랫폼과 영화제에서 상영된 많은 단편극영화, 시리즈물, 장편극영화에서 10년 이상 연출과 각본을 맡아왔다. 단편영화 <에키 포테>(2017)와 <아쿠아리움>(2017), 2018 부산국제영화제에 첫 상영된 앤솔러지 영화 <다카, 내 사랑>(누하쉬 후마윤, 시에드 아흐메드 샤위키, 라하트 라흐만, 로비울 알람 로비, 골람 키브리아 파루키, 미르 무카람 호세인, 탄비르 아흐산, 마흐무둘 이슬람, 압둘라 알 누르, 크리쉬넨두 챠토파댜이, 시에드 살레 아흐메드 솝한, 2018)의 에피소드 <사면>, 장편극영화 <카페 디자이어>(2022) 등을 연출했다. 그의 작품은 포멀리즘 형식의 영화를 통해 독특한 인간 상황을 묘사한다. 영화 외에도, 방글라데시영화방송원에서 시나리오 작법과 영화 연출을 교수하고 있다.
30대 초반의 프로듀서, 감독, 큐레이터인 파즐레 하산 시시르는 촬영감독과 편집자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초월한 영화 프로젝트에 주목하며, 새로운 영화 언어에 대한 실험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다카에 소재한 창의력 집합소이자 제작사 레더후드이니셔티브에서 새로운 방글라데시 영화의 발전을 위해 젊은 방글라데시 감독들을 양성하고 있다.
제작작으로 <무클리에 자두르 호라>(데바시스 다스, 2021)와 <카페 디자이어>(로비울 알람 로비, 2022)가 있다. 현재 단편영화 <지리포트 프리에>(2023)를 연출 중이며, 프로듀서로 장편극프로젝트 <수라이야>, <툴시말라>와 장편다큐멘터리프로젝트 <이매지너리 인터뷰>를 기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