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하지 않은 폭발 사건에 대한 카슈미르 숄 장사꾼의 자백으로, 세상에서 가장 군사화된 지역 카슈미르의 일상생활만큼이나 터무니없는 진실을 파헤치는 수사가 시작된다.
연이은 폭발 사고로 도시는 공황 상태에 빠진다.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 카슈미르 출신의 남자가 경찰서에 나타나 충격적인 자백을 한다. 자신이 폭발 사건을 일으킨 테러리스트라 자수하고, 수사 협조에 대한 대가로 돈을 요구한다. 특별수사대가 카슈미르에서 남자의 제보를 조사하자, 가공할 만한 진실이 드러난다.
사실 남자는 잔혹한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카슈미르 숄을 파는 가난한 상인으로, 폭발 사건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남자는 카슈미르 계곡 지역에서 빈번했던 파업사태와 통행금지의 영향으로 빚 갚을 길이 요원했다. 가정에서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사기를 친다. 거짓말이 들통나기 시작하자, 폭발 사건 뉴스를 본 남자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사건의 범인으로 자수한 다음, 채권자들을 공모자로 지목하여 곤경에 빠뜨리고 경찰에게 정보 제공의 대가를 받겠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기로 한다. 그렇다, 남자는 체포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교도소 수감생활이 카슈미르의 참혹한 삶보다는 아무래도 낫지 않을까?
비극적인 진실에서 착안한 신랄한 코미디 영화로, 카슈미르 지역의 실체를 엿볼 수 있다. 청소년들은 맨손에 돌을 들고서 무장 군대와 싸우고, 통행금지 시간에 결혼식이 거행되며, 전 세대가 눈에 입은 총상을 숨기기 위해 선글라스를 쓴다. 고글루의 이야기를 통해 고질적인 집단 트라우마가 해결되지 못한 ‘평범한’ 삶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 영화는 갈등에 관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분쟁 지역에서 일상을 뒤흔드는 부조리와 어떻게 타협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로, 근본적인 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지상낙원’으로 불리던 카슈미르에서의 삶보다 감옥에서의 삶이 어떻게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을까? 어려운 시절의 이야기를 표현할 ‘저항의 몸짓’으로 유머를 이용하여 해학적으로 풀어가는 방식이 이 이야기에 가장 알맞다고 생각한다. 원숭이가 되는 것이 인간으로 사는 것보다 더 자유로운 세상에 관한 부조리주의 정치 풍자극인 장편 데뷔작 <이엡 알라이 우!>(2019)에 들였던 작업을 이 영화에서도 계속 이어 나가고자 한다.
이 영화를 통해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영화 작업은 지금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부조리한 일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 시대에 대한 타당한 결론으로서 인간미 담긴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이런 이야기 속에서 사람들은 당시의 지배적인 시대정신을 엿보는 렌즈가 될 수 있다. 카슈미르 남성이 범죄행위를 거짓으로 자백한다는 이야기는 인도가 카슈미르에 대한 해결책을 쉽게 찾지 못하는 이유가 애초에 우리가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극복할 수 없는 역경에 직면한 인간의 인내심에 대한 이야기로서, 이 영화가 전 세계 관객들에게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다.
인도방송영화학교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한 프라틱 바츠는 픽션과 논픽션 작품을 경계 없이 넘나드는 감독이다. 인도영화개발공사의 필름바자와 파리의 패트릭&조안리퍼머예술재단의 지원을 받은 장편극영화 데뷔작 <이엡 알라이 우!>(2019)는 2020 베를린국제영화제 등 세계 여러 영화제에서 상영되었고 이후 인도에서 극장 개봉되었다. 또한 2021 필름페어상의 비평가작품상과 2021 인도크리틱스초이스필름어워즈 작품상 및 감독상을 받았고, 영국 채널4에서 방영된 바 있으며, 넷플릭스 월드와이드에서 시청 가능하다. 장편다큐멘터리 데뷔작 <날개 달린 노인>(2017)은 2018 인도영화상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프라틱 바츠는 올해 영국아카데미시상식의 브레이크스루인디아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고백의 연대기>는 두 번째 장편극영화 연출작이다.
테일러메이드필름은 뭄바이의 제작사로, <헌팅왕>(하르샤바르단 쿨카르니, 2015), <더 초슨 원>(비닐 매튜, 2006), <로스트 앤드 파운드>(하르샤바르단 쿨카르니, 2008) 등, 비평가의 호평과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장편극영화와 다큐멘터리, TV 광고 및 기업 영화를 제작해 왔다. 2012년부터 테일러메이드필름과 함께해 온 프라틱 바츠는 자국 영화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날개 달린 노인>(2017)에서 총괄프로듀서로 제작 업무를 시작했으며, 많은 상을 휩쓸고 2020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선정된 힌디어 장편극영화 <이엡 알라이 우!>(2019)를 제작했다.